앞의 글에서 이어짐.
[앞의 글은 사실 '방석집'에 관한 개인적 기억이므로, 우리 '연구자'들이 굳이 읽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개인의 기억들에 대한 수호자로서의 '연구자'들에게는, 중요한 파편일 수도 있을 터이다.]
[한편, 글을 나누어 쓰려던 것은 업계의 글쓰기 작업을 시작하기 위한 조롱/비판의 중단 시도였으나, 곧 이어지는 글을 쓰고 있는 것은 지금 쓰고 있는 글에 대한 자기확신의 부족을 드러내는 병리적 현상이기도 하다.]
'방석집'에서의 논문 심사. 아득해지기까지 하는 이 하나의 구, 상식적으로 납득되기 쉽지않은 이 구. '논문심사'라는 단어가 그 ''방석집'에서의'라는 수식어를 지닐 수 있다니! 한국 사회의 [적어도 상식적인 사람들의] 이에 대한 문제의식은, 그리고 보도 다음날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후보자 사퇴는, 그 원인과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극)우파 정권을 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최소한의 상식은 통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실은 "'방석집'에서의 논문심사"라는 표현은, 오히려 한국의 아카데미 현실--공식적으로 인정하기를 매우 꺼려할, 소위 '지저분한' 현실을 오히려 응축하여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지도학생이 교수에게 '(성매매가 가능할 수 있는) 유흥업소에서의 접대'는 물론, (짐작건대 만연할 터이지만) 지도교수와 지도학생 사이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극단적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극단적'이라는 것은 양태의 성질이 한 극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을 말할 뿐, 단어 안에서 양적으로 적다는 의미를 논리적으로 수반하는 것이 아니며, 이에 대해서는 극히 민감한 언어감각의 소유자일 우리의 독자들이 쉽게 이해 하시리라...: 이런 저런 채널(희미하던 비관자의 관계망이 그나마 언뜻 보이던 시절)을 통해 알게 된 몇몇 사실들은, 비관자의 아카데미 안에서의 가수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여기에도 공개할 수 없다.]
더욱이, 언젠가는 이 글을 읽게 될 수 있을 우리 동료 '연구자'들께서는, 이러한 비관자의 비관에 공감하면서도, 자신의 경험은 다르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학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비판적인 의식'으로 무장한 '나의 스승' 지도교수께서는 학생들로부터 모종의 물질적 쾌락의 보상을 바라시지 않는다! 당연히, 이런 개인적 사례는 사실일 것이다. 비관자 역시 개인 차원에서 그런 부분에 대한 비관을 대체로 하지 않았으니까.
이러한 경험은, 우리의 비판적 '연구자'들의 문제의식과도 연관되는바, 개인의 구체적 삶에서의 이야기들이 중요하다고 하는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것들임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현실을 뭉뚱그려서' '모두가 "방석집 논문심사"를 받게 된다'고 말할 수 없다. 그렇다. 비관자는 '모두 그렇다'고 한 적이 없다. 그러나 비관자는--폭력적인 근대적 이성을 한 줄기 붙들고 있으므로--개인의 구체적 경험은 중요하기는 하지만 과학적 탐구와 태도의 확고한 토대가 될 수 없다고 '폭력적으로' 생각한다.
게다가, 우리 연구자들의 주장처럼, 개인들의 구체적 경험이 중요하다면, '방석집'에서 학위논문 심사를 받은 예비후보자님 개인의 경험도 동등하게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 교수-학생 관계를 심층의 운동들 위에서 파악하는 작업과 연계되는 것은--그러므로 이 시대 교수-학생 관계를 진정 '징후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나에게 부적절한 보상을 기대하지 않았던 훌륭한 스승과 그의 학생이 아니라, '방석집'에서 논문심사를 진행한 우리의 '교육'부 장관 전 후보자와 그의 충실한 학생이다.
이어지는 글 몇몇을 통하여, "'방석집 논문심사' 시대의 아카데미"--도발적인 제목에 끌리는 우리의 독자들(오해하지는 마시길... 나는 단 한 순간도 일년 내내 책 한 권 읽지 않은 '저속한' 무리들을 독자로 염두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니! 교양인임은 두말할 나위없는 우리 동료 '연구자'들께서도 학술적으로 매력적인 제목--물론, 조롱과 도발과 비판의 결합은 근대 인간과학의 거인에게서도 드러나는 바이기는 하지만, 특히나 'oo사회'/'oo시대'와 같은 제목에 무비판적이고 이끌리고 현혹되고 있지 않은가?) 을 위하여 마련하였다--의 상황을, 가능한 한도 내에서(즉 업계의 글을 쓰다가 남는/회피하는 시간에, 비판/조롱의 목적으로) 표층에서 심층으로 향하는 가운데 다루고자 한다.
K-콘텐츠의 성공과 자본주의적 보편성 (0) | 2022.09.14 |
---|---|
21세기 논문 작성 방법: 표절이지만 표절이 아닌 논문(?!) (0) | 2022.08.12 |
'방석집' 논문심사 시대의 아카데미 1 (0) | 2022.05.03 |